기술

美, 안보 이유로 중국산 배터리 '전방위 차단'…철거 사례도

한지훈 기자2026.08.27
美, 안보 이유로 중국산 배터리 '전방위 차단'…철거 사례도
트럼프, BESS 안보 규제 강화 행정명령 서명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배터리를 자국 시장과 핵심 인프라에서 배제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에 대한 안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데이터센터용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가 규제 심사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되면서, 전력기기뿐 아니라 이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력망을 지탱하는 배터리 시스템의 안보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의회도 가세…"중국산 ESS 수입 전면 금지" 법안 발의 행정부뿐 아니라 의회 차원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그레그 스튜비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 2월 원격 모니터링 기능이 탑재된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수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CHARGE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중국이 미국 전력망에 침투해 실시간 부하 정보와 발전량, 저장 상태 등 데이터를 빼갈 수 있는 '백도어' 위험을 핵심 근거로 내세운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도 앞서 의회 연례 보고서를 통해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하는 중국산 ESS 수입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법안이 CATL과 BYD를 정조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산 분야도 '탈중국'…2027년부터 CATL·BYD 배터리 조달 중단 방위산업 영역에서도 중국산 배터리 배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2024년 국방수권법에 따라 미 전쟁부(옛 국방부)는 2027년 10월부터 CATL과 BYD 등 중국 기업의 배터리 조달을 중단하기로 했다. 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방산용 배터리를 미·중 공급망 경쟁의 전략적 승부처로 지목하며, 중국산이 퇴출된 자리를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한국 기업이 채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군사기지에서 중국산 배터리 철거된 전례도 실제로 안보 우려를 이유로 이미 설치된 중국산 배터리 시스템이 철거된 사례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캠프 리쥰 해병대 기지에 태양광 설비와 연계해 구축된 배터리저장시설이 CATL산 배터리로 지어진 사실이 알려지자, 공화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 이후 운영사인 듀크에너지가 해당 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연결을 끊은 바 있다. 당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은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이 프로젝트를 완전히 철회하고, 다른 미군 기지에도 CATL 시스템이 설치돼 있는지 전수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온라인 유통에서도 중국산 제품 무더기 삭제 시장 유통 단계에서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최근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화웨이·ZTE 등 금지 목록에 오른 중국 기업의 전자제품 수백만 건을 판매 목록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FCC는 이달 말 중국 기업이 제조한 부품이 포함된 기기의 인증을 금지하고, 이미 인증된 금지 목록 장비의 판매까지 특정 사례에 한해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강화안에 대한 표결을 예고한 상태다. 시장 점유율도 요동…중국산 비중 90%대→76%로 하락 이 같은 정책 효과는 실제 시장 지형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북미 ESS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76%로 나타나, 2024년 90%대에서 크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합산 점유율은 19.7%로 지난해보다 약 5%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배터리 양극재에 최대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소재 단계 규제까지 겹치면서, 중국산 배터리의 미국 시장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양상이다. 전망 전문가들은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정책이 향후 몇 년간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중국 기업이 여전히 LFP 배터리 제조원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규제만으로 한국 등 다른 국가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된다.

기술 분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