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땅 밟은 '바이외 태피스트리'…대영박물관서 전시
최윤서 기자2026.08.20

제작 후 약 1000년 만에 첫 도버해협 횡단
11세기 정복왕 윌리엄의 잉글랜드 침공을 묘사한 자수 작품 '바이외 태피스트리(Bayeux Tapestry)'가 제작된 지 약 1000년 만에 처음으로 영국 땅을 밟았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작품은 오는 10일부터 내년 7월 11일까지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특별 전시된다.
폭 50㎝, 길이 70m에 달하는 이 거대한 자수 작품은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참회왕이 후사 없이 윌리엄 공작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하면서 벌어진 1064년부터 1066년 10월 헤이스팅스 전투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사건을 담고 있다.
2007년 프랑스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이 작품은 그동안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 바이외의 '바이외 태피스트리 박물관'에 소장돼왔으며, 이번이 사실상 최초의 해외 반출 전시다.
찰스 3세 "英·佛 우호 관계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상징"
이번 전시 성사에는 양국 정상 차원의 각별한 의미가 부여됐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바이외 태피스트리의 대여가 프랑스와 영국의 우호 협력을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상징이라고 평가하며, 약 70m에 이르는 이 '기억과 예술의 결정체'가 두 나라가 거의 천 년 동안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찰스 국왕은 이날 프랑스어를 섞어가며 두 나라가 위험한 시기에 함께 가치를 지켜왔으며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그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태피스트리와 그 답례로 프랑스로 건너갈 영국의 보물들이 양국의 공동 과거뿐 아니라 공동 미래를 상징하기를 바란다며, 그 미래는 마땅히 영국과 프랑스가 함께 엮어 나가는 미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르만 정복사를 담은 '중세의 만화'
바이외 태피스트리는 흔히 '중세의 만화'로 불릴 만큼 파노라마식 서사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어두운 전용 공간에서 양모 자수가 놓인 리넨 소재의 두루마리가 펼쳐지며, 1066년 헤이스팅스 전투를 거쳐 노르만 정복왕 윌리엄이 잉글랜드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역사적 사건을 마치 이야기책처럼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정식 명칭과 달리 직기로 짠 태피스트리가 아니라 긴 천에 자수를 놓아 만든 작품이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이외 자수(Bayeux Embroidery)'라는 명칭이 더 정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계에서는 윌리엄의 배다른 형제였던 바이외 주교 오도의 주문으로 1066년부터 1077년 사이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 소장처 박물관은 보수공사로 휴관…"이 시기 아니면 볼 기회 없어"
이번 전시가 성사된 배경에는 원 소장 기관의 사정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외 태피스트리 박물관은 2025년 9월부터 2027년 10월까지 보수공사로 휴관 중인 상태다.
휴관 기간과 대영박물관 전시 일정이 맞물리면서, 평소라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해외 반출 전시가 성사될 수 있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전시는 바이외 태피스트리 박물관이 재개관하기 전, 관람객들이 이 작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로도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