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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큰 모델보다 맞는 모델"… 현장 사로잡는 전문 분야 AI

한지훈 기자2026.10.25약 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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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모델보다 맞는 모델"… 현장 사로잡는 전문 분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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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의료·법률 맞춤형 언어 모델 확산, 범용 AI 이후의 경쟁 시작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의 축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누가 더 큰 범용 모델을 쓰는지를 두고 경쟁했다. 이제는 자기 업무에 맞게 다듬은 모델을 누가 더 잘 쓰는지가 관건이 됐다. 특정 산업이나 업무의 전문 데이터로 학습시킨 '도메인 특화 언어 모델(DSLM)'이 기업 AI 도입의 새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도메인 특화 언어 모델을 '2026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로 꼽았다. 가트너는 2028년이면 기업이 사용하는 생성형 AI 모델의 절반 이상이 도메인 특화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범용 대형 언어 모델(LLM)이 모든 분야의 책을 모아둔 '국회도서관'이라면, 도메인 특화 모델은 한 분야의 자료만 깊게 갖춘 '전문 도서관'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범용 AI가 현장에서 부딪힌 벽 이런 변화는 범용 모델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한계를 드러내면서 시작됐다. 초기 생성형 AI 도입은 회사가 가진 데이터를 하나의 거대 모델에 모두 넣고 답을 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시범 사업에서는 빠르게 성과가 났다. 하지만 전사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쌓였다. 추론 비용이 빠르게 늘었고, 정확도는 들쭉날쭉했으며, 규제 준수도 관리하기 어려워졌다. 의료 현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진료 기록과 검사 결과, 임상 메모를 통째로 범용 모델에 넣고 요약이나 예측을 맡기면, 문맥 처리 한계에 부딪히고 임상에서 요구하는 정밀도를 맞추기 어렵다. 반면 생의학 데이터와 의료 용어 체계, 임상 업무 흐름을 학습한 전문 모델은 안전성과 관련성 면에서 범용 모델보다 꾸준히 나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과 법률 같은 규제 산업에서 특화 모델이 주도권을 잡고, 범용 모델은 위험도가 낮은 행정 업무나 소비자용 서비스에 주로 쓰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작게, 정확하게, 여럿이 함께 도메인 특화 모델의 장점은 정확도만이 아니다. 필요한 분야만 학습하기 때문에 모델 크기를 줄일 수 있다. 그만큼 구축과 운영 비용이 적게 들고, 기업 내부 서버에서 돌리기도 쉬워진다. 고객 정보나 내부 문서가 외부로 나갈 걱정을 덜 수 있어 보안에 민감한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관심이 특히 크다. 여러 전문 모델이 역할을 나눠 협업하는 구조도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모델은 진료 기록에서 정보를 뽑아내고, 다른 모델은 약물 간 충돌을 점검하며, 또 다른 모델은 그 결과를 의료진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정리하는 식이다. 단계별로 따로 조정하고 감사할 수 있어 투명성이 높아지고, 한 단계의 오류가 다음 단계로 번지는 위험도 줄어든다. 가트너도 AI 에이전트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업무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는 특화 모델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국내도 산업별 특화 경쟁 본격화 국내에서도 분야별 특화 모델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법률 분야에서는 로앤컴퍼니, BHSN, 엘박스 등이 판례 검색과 계약서 분석, 법률 문서 작성을 돕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금융 용어와 규정을 학습한 특화 모델이 등장했다. 업스테이지 같은 AI 기업도 금융·보험·의료·교육 등 업종별 맞춤형 소형 언어 모델(sLM)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의료 영상 분석과 진단 보조 분야는 이미 국내 기업들이 일찍 뛰어들어 경쟁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도메인 특화 AI 모델 개발'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여러 중소기업이 공통으로 겪는 현장 문제를 해결할 특화 AI 모델과 에이전트 솔루션을 개발하고, 실제 테스트베드에서 검증하는 방식이다. 자체 AI 개발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업무 혁신과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승부는 '데이터'와 '신뢰' 특화 모델의 성능은 결국 학습 데이터의 질에 달려 있다. 의료·법률·금융처럼 전문성이 높은 분야일수록 정제된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고, 개인정보와 영업비밀 문제도 함께 따라온다. 산업별 특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일이 정책의 핵심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모델이 누구에 의해, 어떤 데이터로 학습됐고,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 증명할 수 있어야 규제 산업에서 실제로 쓸 수 있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승인된 모델과 데이터 출처, 관리 책임자를 정리한 'AI 관리 대장'을 운영하고, 출시 전 편향과 성능 저하를 점검하는 내부 검증팀을 두는 추세다. 이제 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떤 거대 모델을 도입할까'가 아니라 '우리 업무를 가장 잘 아는 AI를 어떻게 만들고 관리할까'이며 다음 단계 AI 경쟁의 승자는 가장 큰 모델을 가진 곳이 아니라 가장 잘 맞는 모델을 가진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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