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가 키운 '반도체 자립'…중국, 메모리·AI칩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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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출 통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자립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위탁생산(파운드리)에서는 SMIC가 7나노급 공정 확대에 나섰고, 메모리와 소재·장비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다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병목은 여전히 남아 있어, 첨단 분야의 완전한 자립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재가 오히려 자립을 앞당겼다"
미국과 동맹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와 고성능 칩의 대중국 수출을 단계적으로 막아 왔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계기로 국가 차원의 자립 전략을 가속했다.
화웨이가 2023년 SMIC가 생산한 7나노급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EUV 없이도 기존 노광장비를 활용한 다중 패터닝 방식으로 7나노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업계에서는 SMIC가 올해 7나노 생산을 더 늘리고 5나노 시험 라인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화웨이의 AI 가속기 '어센드 910C'도 SMIC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순환 회장은 최근 미국의 제재가 중국 반도체 자립을 자극했다는 취지로 언급해 화제가 됐다.
지난 3월에는 중국 화홍그룹이 AI 칩 생산에 쓸 수 있는 첨단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7나노 공급 부족 ‘92%→34%’…메모리·소재도 약진
최근 국내 보도에서는 중국의 자립 속도를 보여주는 수치도 나왔다.
7나노급 공급 부족률이 한때 90%를 웃돌았다가 30%대로 낮아졌다.
파운드리 증설과 함께 중국 메모리 업체 CXMT의 생산 확대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재료 시장이 7% 성장하는 사이 중국 본토 시장은 13% 성장했다.
일본 닛케이는 중국 소재 업계가 첨단 제품 생산 역량을 빠르게 키워 일본의 기술 우위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에 상장된 중국 반도체 관련 ETF에 매수세가 몰리기도 했다.
넘어야 할 벽도 여전
SMIC의 다중 패터닝 방식 7나노는 TSMC의 EUV 기반 7나노보다 집적도와 전력 효율, 수율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AI 칩 확대에도 HBM이 병목으로 지적된다.
중국이 제재 강화 전에 삼성전자 등의 HBM을 대량으로 비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체 HBM 생산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분석이다.
베이징이 SMIC에 화웨이용 첨단 칩 생산을 우선하도록 했다는 보도 역시 제한된 생산 능력의 이면을 보여준다.
미국 당국자들은 중국의 첨단 칩 생산량이 여전히 미국의 일부 수준에 그친다며 수출 통제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28나노 이상 범용(레거시) 반도체에서는 중국의 자급이 빠르게 진전될 수 있지만, 최첨단 영역의 자립은 2030년대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말한다.
중국 시장이 세계 반도체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중국 기업의 성장은 글로벌 업체에 기회이자 위협이다.
한국 업계엔 '양날의 검'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복합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중국이 범용 메모리와 레거시 공정에서 공급을 늘리면 가격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더라도 첨단 제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해외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엔비디아의 H200 AI 칩 수출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등 통제 기조가 오락가락하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중국은 규모와 정책 지원을 앞세워 따라오고 있고, 우리는 기술 격차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