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수출 1조 달러' 눈앞…반도체 날개 뒤에 드리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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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 1조 달러 고지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이르면 11월 말~12월 초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이 견인한 성과지만, 수출이 한 품목에 쏠리고 업종과 기업 간 온도차가 커지면서 '체감 경기와의 괴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1~9월 8,145억 달러…세계 4위 가시권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은 8,145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출액(7,093억 달러)을 넘어섰다.
남은 기간 1,855억 달러를 보태면 1조 달러를 달성한다.
지난 6월에는 월간 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기도 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올해 수출액이 1조 4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연 수출 1조 달러를 넘긴 나라는 중국, 미국, 독일뿐이다.
달성하면 지난해 9,892억 달러를 기록한 네덜란드를 제치고 세계 4위 수출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달성 여부보다 시점에 관심이 쏠리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반도체가 절반 이상…”한 엔진에 올라탄 성장"
올해 수출 증가를 이끄는 건 사실상 반도체다.
6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199.5% 늘었고, 8월 누적 수출액의 절반가량이 반도체였다.
올 상반기 반도체 외 품목은 증가율이 1%대에 그쳤고 자동차와 화학은 뒷걸음질했다.
이런 쏠림은 다른 제조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반도체가 모든 자원을 빨아들일 위험이 있으며, 철강과 석유화학 같은 전통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관세 영향을 직접 받는 자동차와 철강, 남부 산업단지 제조업이 가격 하락 부담을 떠안고 있다.
수출의 온기가 경제 전반에 고루 퍼지지 않는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 쏠림' 우려와 달리 중소기업 수출도 늘었다고 강조한다.
산업통상부는 품목·시장·주체를 다변화해 '모두의 수출'로 1조 달러 시대를 이끌겠다는 방침이며, 유망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는 ‘K-수출스타 500’ 사업도 추진 중이다.
미·중 사이에 낀 수출…관세 리스크도
반도체가 한국 수출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미국의 주요 견제 대상으로 떠올랐고, 대미 무역흑자가 빠르게 늘면서 관세와 현지 생산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현재 반도체는 지난해 한·미 무역협상에 따라 무관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한국무역협회는 반도체 장비와 스마트폰 등 파생 제품으로 관세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1, 2위 수출 시장인 점도 부담이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견제를 위해 한국에 공급 축소와 현지 투자를 압박하면, 중국이 자국 시장과 원자재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본격화 등 통상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숫자'보다 '체력'…지속 가능성이 관건
반도체 호황이 영원하지 않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가격 변동과 투자 사이클에 따라 언제든 흐름이 바뀔 수 있다.
화장품, 식품 등 K-소비재와 차세대 산업으로 수출 엔진을 늘리고,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1조 달러는 상징적 기록이지만 중요한 건 그 성과가 '일자리와 임금, 중소기업 수익으로 얼마나 퍼지는가'이며 한 품목의 호황이 끝났을 때 버틸 수 있는 체력을 지금 키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