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게임 대상 받는 시대"…K-웹툰의 '검증된 세계관'
김지수 기자2026.08.30

[이미지 출처: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KARMA' 오프닝 영상, 유튜브 채널 'D&C WEBTOON']
2조2856억 원 시장…웹툰사 24.3%가 "2차 저작물 제작"에 뛰어들다
한국 웹툰 산업이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스낵 컬처'를 넘어, 게임과 애니메이션·영화를 아우르는 핵심 지식재산(IP)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5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웹툰 산업 매출액은 약 2조2856억 원으로, 전년(약 2조1890억 원) 대비 4.4% 증가했다.
폭발적이던 성장세는 다소 완만해졌지만, 업계 지형 자체는 달라졌다.
웹툰 사업체들이 가장 많이 뛰어든 신규 사업이 '자사 IP를 활용한 2차 저작물 제작(24.3%)'이었을 정도로, 웹툰 원작을 활용한 확장 전략이 업계 생존 공식으로 정착한 것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 증명한 슈퍼 IP 생태계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나 혼자만 레벨업'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이 웹소설·웹툰 IP는 애니메이션이 다수 국가에서 넷플릭스와 크런치롤 1위를 달성하는 등 높은 실적을 거뒀고, 이에 힘입어 애니메이션 2기가 크런치롤·넷플릭스·애니플렉스 등에서 방영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국내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하나의 인기 웹툰이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확장하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슈퍼 IP 생태계'가 업계의 현실이 됐음을 입증했다.
넷마블은 이 IP를 활용해 모바일 로그라이트 액션 RPG를 개발 중이며, 원작에서 상세히 그려지지 않았던 '윤회의 잔' 설정을 활용해 주인공 성진우가 차원의 틈에서 보낸 27년간의 군주 전쟁 서사를 새롭게 담아냈다.
이 게임은 오는 9월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리는 '도쿄게임쇼 2026'에도 출품될 예정이다.
웹소설 원작에 코믹스 1700만 부…'검증된 세계관'이 게임업계 화두
게임업계가 웹툰·웹소설 IP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최근 게임업계의 화두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대중성이 검증된 세계관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로 옮겨갔다.
넷마블이 하반기 선보일 예정인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이 대표적인데, 원작 '샹그릴라 프론티어'는 누적 조회수 10억 회를 돌파한 웹소설이자 코믹스 누적 발행 부수가 1700만 부에 달하는 인기 IP다.
이미 수백만 명의 독자·시청자를 확보한 세계관을 게임으로 옮기면, 신규 유저 유입과 초기 흥행 리스크를 동시에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카카오게임즈-더그림엔터 맞손…'김부장' 등 박태준 유니버스, 게임으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4일 웹툰 제작사 더그림엔터테인먼트와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게임 개발·서비스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더그림엔터테인먼트는 웹툰 작가 박태준이 설립한 제작사로, '외모지상주의'와 '김부장' 등 이른바 '박태준 유니버스'로 불리는 인기 웹툰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부장'은 원래 '외모지상주의'의 조연으로 등장했던 국가비밀요원 출신 중년 고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 작품으로, '싸움독학'의 성한수와 '인생존망'의 박진철 등 박태준 유니버스 여러 작품의 조연들이 함께 주역으로 등장하는 크로스오버 구성이 특징이다.
평범한 가장이지만 실은 최강자급 전투력을 지녔다는 설정이 인기를 끌며 2022년부터는 네이버 웹툰 해외 서비스에서 'Manager Kim'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연재되고 있다.
'김부장'은 앞서 실사 드라마로도 제작돼 대중적 인지도를 넓힌 바 있어, 이번 게임화가 성사될 경우 웹툰에서 드라마, 게임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원소스멀티유즈(OSMU)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형수 더그림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게임 서비스 노하우를 갖춘 카카오게임즈와의 협업을 통해 웹툰과 게임의 결합이 성공적인 OSMU 사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획 초기부터 IP 동맹"…판권 구매에서 수익 공유 구조로 전환
업계의 협업 방식 자체도 바뀌고 있다.
이재식 씨엔씨레볼루션 대표는 과거 영화·드라마 제작사들이 웹툰 판권을 구매해 시나리오 소재로만 활용했다면, 지금은 기획 초기 단계부터 웹툰 작가와 플랫폼이 함께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IP 동맹' 체제로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원작자와 게임사·플랫폼이 리스크와 수익을 함께 나누는 파트너십 구조로 산업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음을 뜻한다.
"IP 확보 경쟁에서 IP 생태계 구축 경쟁으로"
이 같은 흐름 속에 업계는 앞으로 경쟁의 초점이 IP 확보에서 'IP 생태계 구축'으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이 게임이 되고, 다시 드라마와 영화, 굿즈,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지는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이 보편화되면서 하나의 인기 IP가 수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이 더 이상 게임만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하반기 IP 신작들의 성과가 'IP 중심 전략'이 국내 게임업계의 새로운 성장 공식이 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숏폼 드라마·게임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확장이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K-웹툰의 확장이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넘어, 최근 인기를 끄는 숏폼 드라마 영역까지 뻗어나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웹툰 특유의 연재 시스템과 짧은 호흡의 소비 방식이 숏폼 드라마의 문법과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향후 K-웹툰 IP가 게임·애니메이션·숏폼 드라마를 아우르는 전방위 콘텐츠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가 업계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