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인기 식었다…비싸진 물가와 치안에 일본·중국으로
박지은 기자2026.10.20약 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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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휴양지'였는데… 비싸진 물가와 불안한 치안에 일본·중국으로 발길
가깝고 저렴한 해외 휴양지로 사랑받던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인 여행객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현지 물가와 환율이 오르고, 유류할증료 부담도 커졌다.
한국인을 노린 범죄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동남아는 싸다"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그 사이 여행 수요는 비행시간이 짧고 경비가 덜 드는 일본과 중국으로 대거 옮겨갔다.
태국·필리핀 여객 13% 넘게 줄어… 일본·중국은 20% 넘게 늘어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필리핀 노선 여객은 250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7% 줄었다.
태국 노선도 234만3000명으로 13.0% 감소했다.
동남아 최대 노선인 베트남도 662만6000명으로 5.1% 줄었다.
승객이 줄자 항공사들도 운항을 줄였다.
같은 기간 운항 편수는 필리핀 17.5%, 태국 9.3%, 베트남 6.6% 감소했다.
일본과 중국은 정반대다.
같은 기간 일본 노선 여객은 2131만 명으로 20.3%, 중국 노선은 1361만5000명으로 23.0% 늘었다.
두 나라 노선이 전체 국제선 여객의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올해 늘어난 국제선 여객도 사실상 전부 두 나라에서 나왔다.
여행사 실적도 비슷하다.
여름 성수기와 추석 연휴가 겹친 3분기, 하나투어의 패키지 상품 이용객은 39만9048명으로 1년 전보다 11.5% 줄었다.
모두투어의 해외 패키지 송객도 19.4% 감소했다.
반면 하나투어의 일본·중국 상품 이용객은 각각 12%씩 늘었다.
추석 연휴가 낀 9월에도 동남아 패키지 예약은 크게 줄었고, 일본과 중국 예약은 가파르게 늘었다.
바트화 20% 넘게 올라… 방콕 여행비 10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동남아를 떠나게 만든 첫 번째 이유는 비용이다.
태국 바트화 환율은 올해 봄 1바트당 45~46원까지 올랐다.
2024년 초(36~38원)보다 20% 넘게 뛴 것이다.
업계에서는 100만원 정도면 충분하던 방콕 여행 경비가 120만~130만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본다.
원화 약세까지 겹쳐 현지에서 느끼는 물가 부담은 더 커졌다.
항공권 가격도 발목을 잡았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유류할증료가 크게 올랐다.
유류할증료는 비행 거리가 길수록 많이 붙는다.
그래서 4~6시간이 걸리는 동남아가 1~3시간 거리인 일본·중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반면 일본은 엔저로 여행 경비가 가벼워졌고, 중국은 무비자 입국 시행과 지방 노선 확대로 문턱이 낮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보다 가까운 일본·중국으로 수요가 옮겨갔고, 항공사들도 탑승률과 수익성이 높은 두 나라 노선 위주로 공급을 재배치했다"고 말했다.
"이젠 겁나서 못 가요"… 스캠 범죄가 남긴 불안감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노린 취업 사기와 감금 같은 이른바 '스캠 범죄'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동남아 전체에 대한 불안이 퍼졌다.
캄보디아와 국경을 맞댄 태국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태국은 지난해 범죄단지 납치 사건과 국경 무력 충돌, 바트화 강세가 겹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7% 넘게 줄었다.
여행지를 고를 때 '안전'을 가장 먼저 따지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한 번 생긴 부정적 이미지가 수요를 계속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인 의존 컸던 휴양지들 '비상'
한국인이 빠지자 현지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 민간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과 필리핀을 찾은 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각각 18%, 32% 적었다.
같은 기간 일본은 70% 늘었다.
특히 필리핀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20~25%가 한국인이다.
세부와 보라카이 같은 주요 휴양지는 사실상 한국인에게 기대어 왔다.
한국인 관광객은 리조트 숙박과 골프, 마사지, 투어처럼 씀씀이가 큰 소비를 많이 해서, 이들이 줄면 관광 수입 전체가 흔들린다.
여행 방식도 달라졌다.
비용 부담이 커지자 고급 호텔 대신 공유 숙소를 찾고 쇼핑을 줄이는 '알뜰형 여행'이 늘었다.
패키지 여행이 줄어든 반면, 하나투어의 개별 여행(FIT) 이용객은 3분기에 14.7% 늘었다.
일본·중국을 중심으로 항공권과 호텔을 따로 예약하는 여행이 늘어난 결과다.
겨울 성수기에 반등할까
동남아 관광업계는 다가오는 겨울 성수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을 찾는 가족 휴양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다낭, 냐짱, 푸꾸옥 같은 인기 휴양지를 앞세워 TV 홈쇼핑 방송과 실속형 패키지로 반격에 나섰다.
캄보디아도 관광객이 급감하자 비자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회복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근 브렌트유가 다시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서면서 유류할증료 부담이 쉽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가격과 안전, 경험 모두에서 경쟁력을 되찾지 못하면 '가성비 휴양지' 명성을 되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