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기술 품은 테슬라 로드스터, 차량 다섯 대 뛰어넘었다
한지훈 기자2026.10.17약 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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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유튜브 채널 'Tesla' Roadster]
9년 미뤄온 2세대 로드스터, 스페이스X 시험장서 첫 시연… 제로백 0.81초에 2028년 양산 예고
자동차가 롤러코스터처럼 솟은 원형 트랙을 거꾸로 달리더니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이어 추진기에서 가스를 뿜어 자세를 바로잡고 땅에 내려앉았다.
테슬라가 수년 동안 예고해 온 이른바 '하늘을 나는 스포츠카'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테슬라는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맥그레거에 있는 스페이스X 로켓 시험장에서 2인승 신형 '로드스터'를 시연했다.
행사에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 수석 디자이너, 라스 모라비 차량 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시연 당일 시험장 일대 상공에 임시 비행제한 조치를 내렸다.
신차 공개 행사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머스크는 무대에 올라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아마 성공하겠지만, 실패하더라도 여러분은 안전한 거리에 있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시연은 별다른 실수 없이 끝났다.
트럭 넘어 '킥플립'… "제임스 본드 차보다 낫다"
첫 번째 시연에서 로드스터는 하늘로 솟은 원형 트랙을 절반쯤 올라갔다.
차체가 뒤집힌 상태에서 공중으로 떠오른 뒤 추진기로 균형을 잡으며 착지했다.
두 번째 시연에서는 대형 트럭과 테슬라의 무인 택시 '사이버캡', 전기 트럭 '세미' 등 차량 다섯 대가 늘어선 곳으로 돌진했다.
그러다 가스를 분사하며 도약해 공중에서 회전한 뒤 차량들을 넘어 착지했다.
머스크는 이 동작을 "킥플립"이라 부르며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현실"이라고 선언했다.
공중 기동에는 차체 자세를 제어하는 소형 추진기와 차량 뒤쪽의 주 추진기가 쓰였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엔지니어들이 함께 개발했고, 초고압 공기 탱크와 여러 개의 분사 노즐로 추진력을 만든다.
머스크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와 세계 최고의 로켓 회사가 협력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게 될 것"이라며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제임스 본드 자동차보다 뛰어난 것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차체 바닥에는 노면 쪽으로 차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흡입 시스템이 들어갔다.
머스크는 차를 거꾸로 매달 수 있을 만큼 흡입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리 법칙을 깨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코너를 돌 수 있다"며 "지금까지 나온 모든 서킷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제로백 0.81초·최고속도 시속 370㎞ 이상
이날 로드스터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7㎞)까지 0.81초 만에 가속했다.
머스크가 오래전 내건 '1초 미만' 목표를 넘어선 기록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230마일(약 370㎞) 이상이다.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음속의 절반 수준까지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고속 주행 때는 차체 뒤쪽 날개(스포일러)가 솟아올라 경주차처럼 모양을 바꾼다.
다운포스를 높이는 모드와 공기저항을 줄이는 모드를 오갈 수 있다.
디자인은 항공우주 분위기를 강조했다.
사이버캡처럼 2인승 구조와 전자식 조향(스티어 바이 와이어)을 적용했고, 무게를 줄이려고 좌석을 차체와 일체형으로 만들었다.
이날 시연은 안전을 위해 사람이 타지 않은 채 자율주행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실제 판매 차량은 사람이 직접 운전한다.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로드스터가 테슬라가 만드는 유일한 수동 운전 차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 생산은 모델Y와 사이버트럭을 만드는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맡는다.
11년 걸린 출시… 도로 주행 합법성은 물음표
화려한 시연과 별개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추진기나 흡입 비행 같은 기능을 일반 도로에서 합법적으로 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머스크도 이런 기능을 갖춘 로드스터가 모든 도로에서 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인정했다.
그는 로드스터가 "반드시 안전한 차는 아니지만 재미 지수를 10점 만점에 11점으로 끌어올리는 차"라고 했다.
반복된 지연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로드스터라는 이름은 테슬라가 2008년 처음 내놓은 세계 최초의 전기 스포츠카에서 왔다.
머스크는 2018년 스페이스X 로켓에 자신의 로드스터를 실어 우주로 보내기도 했다.
테슬라는 2017년 2세대 로드스터를 처음 공개하며 2020년 인도를 약속하고 5만 달러의 예약금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출시하지 못했다.
이번 시연도 당초 예정일에서 여러 차례 미뤄졌다.
오래 기다리다 예약을 취소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머스크와 설전하던 중 예약 메일을 공개하며 조롱한 일화도 유명하다.
머스크가 밝힌 대로 2028년에 양산이 시작되더라도 첫 공개부터 생산까지 11년이 걸리는 셈이다.
테슬라는 공개를 앞두고 예약 접수를 다시 열었다.
예약하려면 신용카드로 5000달러를 먼저 내고 열흘 안에 4만5000달러를 추가로 송금해야 한다.
최종 판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행사가 스페이스X 시험장에서 열렸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두 회사가 공동 기술로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설이 다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 차례의 화려한 묘기가 실제 시판 차량으로 이어질지, 머스크의 또 다른 '약속'으로 남을지는 앞으로 2년의 양산 준비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