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없이 떠나는 해외여행… 스마트폰 QR 한 번으로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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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앞두고 은행에 들러 돈을 바꾸거나 트래블카드를 새로 만드는 일이 점점 줄고 있다.
평소 쓰던 간편결제 앱이나 은행 앱으로 현지 가맹점의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결제되는 '해외 QR 결제'가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기업들이 먼저 키운 이 시장에 시중은행과 금융결제원까지 뛰어들면서 여행 결제를 둘러싼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3월 중국 칭다오를 다녀온 30대 직장인 손모 씨는 미리 바꿔 간 위안화 10만 원어치를 한 푼도 쓰지 못하고 그대로 들고 왔다.
현지에서 쓴 돈을 모두 QR 결제로 냈기 때문이다.
손 씨는 "해안가에서 비둘기 모이를 파는 허름한 노점조차 QR코드를 붙여 두고 현금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드도, 환전도, 현지 앱도 필요 없는 이른바 '3무(無) 결제'가 실제 여행에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셈이다.
먼저 시장을 연 곳은 간편결제 업체들이다.
네이버페이는 세계 72개국에서 해외 QR 결제를 지원한다.
토스페이는 결제 금액만큼 연결 계좌에서 자동으로 환전해 원화로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50여 개국에서 쓸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국내 간편결제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결제에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을 도입해, QR이나 바코드 없이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대기만 해도 결제가 된다.
카카오페이의 해외결제 거래액은 1년 새 20%가량 늘었다.
혜택 경쟁도 치열하다.
이달에만 카카오페이는 일본·중국 등에서 최대 50%, 토스페이는 최대 11%, 네이버페이는 최대 10%의 할인·페이백 행사를 하고 있다.
해외에서 쌓은 포인트와 적립금이 귀국 후 쇼핑이나 콘텐츠 이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업체들은 해외 결제를 자사 생태계로 이용자를 묶어 두는 통로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시중은행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내놓은 충전식 간편결제 '삼성월렛 머니'가 1년 만에 유효 가입자 300만 명을 넘겼다고 28일 밝혔다.
삼성월렛 이용자는 중국에서 위챗페이 QR 결제를 쓸 수 있고, 북미·유럽·일본 등 마스터카드 결제망이 깔린 210개국 약 1억5000만 개 가맹점에서는 NFC 결제를 할 수 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편의성과 혜택, 안전성을 고도화해 해외 결제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으로 일본·태국·베트남 등 12개국에서 QR 결제를 운영 중이며, 4월에는 인도네시아까지 넓혔다. 하나은행도 자회사를 통해 중국 내 QR 결제 범위를 키우고 있다.
공공 인프라도 깔리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각국 결제 기관을 직접 연결하는 '국가 간 QR결제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 결제는 원화를 달러로, 달러를 다시 현지 통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이중으로 붙는 경우가 많았다.
결제원끼리 바로 연결하면 이런 이중 환전이 사라져 신용카드보다 거래 한 건당 최대 2%포인트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금융결제원의 설명이다.
금융결제원은 4월부터 인도네시아와 양방향 QR 결제를 시작했다.
우리 국민은 국민은행·우리카드 앱으로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결제할 수 있고, 인도네시아 관광객은 자국 앱으로 국내 서울페이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인도 결제원(NPCI), 베트남 결제원(NAPAS)과도 협약을 맺어 연내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신한·우리·하나은행과 신한카드, 국민카드, 트래블월렛 등도 연내 이 인프라에 합류하며, 앞으로 싱가포르와 태국처럼 QR 결제가 보편화된 아시아 국가로 네트워크를 넓힐 방침이다.
금융권이 이처럼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올해 9월까지 일본과 중국을 찾은 국내 여행객은 1057만 명으로 2년 연속 1000만 명을 넘었다.
상반기 전업카드사 9곳의 개인 해외 신용·체크카드 이용액도 10조7660억 원으로, 상반기 기준 2년 연속 10조 원을 넘겼다.
이 결제 수요의 상당 부분을 간편결제가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가장 큰 걱정은 개인정보다.
최근 금융권에서 해킹이 잇따르면서 해외 결제 앱에 계좌 정보를 넣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올해 1월 상하이를 다녀온 30대 이모 씨는 "금융권 해킹 사태 이후 알리페이 앱에 계좌번호를 넣은 게 마음에 걸려 결국 탈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고객 정보로 분류되는 정보는 아예 넘기지 않고 별도 식별자로 바꿔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마다 쓸 수 있는 나라와 가맹점, 환율 적용 방식, 혜택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소비자가 따져 봐야 할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공공 결제망이 넓어지고 참여 금융사가 늘면, 해외에서도 국내처럼 쓰던 앱 하나로 결제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