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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싼 여행보다 '납득되는 여행'… 취향을 고르는 여행이 대세

박정아 기자2026.10.26약 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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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여행보다 '납득되는 여행'… 취향을 고르는 여행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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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묵호항 논골담길] 최저가에 일정을 최대한 많이 넣던 '가성비 패키지'의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여행객들은 이제 가격표의 숫자만 보지 않는다. 그 돈으로 무엇을 얻는지를 따진다. 추가 비용이 붙는지, 숙소와 식사는 어느 수준인지, 이동은 편한지, 자유시간과 체험은 충분한지를 함께 놓고 비교한다. 여행업계에서는 여행 소비의 기준이 '얼마나 싸냐'에서 '얼마나 가치 있냐'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 쇼핑·옵션·팁 없는 상품이 대세로 가장 뚜렷한 변화는 '3무(無)' 상품의 약진이다. 하나투어에서는 노쇼핑·노옵션·노팁을 내세운 중고가 패키지가 올해 2분기 전체 총상품거래액(GMV)의 55%를 차지해 역대 최고 비중을 기록했다. 노랑풍선의 올여름 3무 상품 예약도 1년 전보다 116.8% 늘었다. 업계는 환율과 유류할증료 부담이 커지면서 출발 전에 전체 지출을 정확히 가늠하고, 현지에서 예상치 못한 돈을 쓰지 않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본다. 겉으로 싸 보이지만 쇼핑센터 방문과 선택관광으로 결국 비용이 불어나는 저가 상품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것이다. 비싸더라도 완성도가 분명하면 지갑을 연다. 모두투어의 프리미엄 브랜드 '모두시그니처'는 올해 1~8월 판매 인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2%, 매출은 57% 늘었다. 전체 판매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에서 36%로 커졌다. 노랑풍선의 프리미엄 상품 '탑 픽'도 3분기까지 누적 예약 인원이 약 70% 증가했다. 참좋은여행은 별도 브랜드를 만드는 대신 일반 패키지 자체를 고급화하는 쪽을 택했다. 일본 상품 전체에 기사·가이드 팁을 포함하고 개성 있는 숙소와 자유석식을 넣었다. ◆ "패키지인데 자유롭게, 단체인데 우리끼리" 상품 구조도 유연해지고 있다. 핵심 관광은 함께 하되 나머지 일정은 미식이나 쇼핑, 휴식 등 원하는 대로 쓰게 하는 세미패키지가 늘었고, 모르는 사람과 섞이지 않고 일행끼리 떠나는 소그룹 상품도 확대되고 있다. 한진트래블은 일부 상품의 최소 출발 인원을 4명까지 낮췄다. 교원투어는 항공, 숙소, 렌터카 가운데 필요한 것만 고르도록 상품을 쪼갰다. 번거로운 준비는 여행사가 맡고, 현지에서의 시간과 경험은 여행객이 고르게 하는 방식이다. 패키지와 자유여행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여행을 기획하는 출발점도 바뀌었다. '어디로 갈지'보다 '무엇을 할지'를 먼저 정하는 흐름이다. 노랑풍선은 올해 상반기 러닝·낚시·위스키·스포츠 관람·역사·예술 같은 테마 상품 수를 약 20% 늘렸고, 실제 수요는 약 25% 증가했다. 하나투어의 2030세대 대상 '밍글링 투어' 이용객은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약 3배로 늘었다. ◆ 국내여행도 '관광지 찍기'에서 '머무는 여행'으로 오픈서베이가 지난 9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전국 20~69세 2000명을 조사한 결과, 국내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정하는 요소로 여행지역(37.6%)과 숙소(20.5%)를 꼽은 응답이 합쳐서 58.1%였다. 관광지·볼거리를 먼저 고른다는 응답은 13.0%에 그쳤다. 유명 관광지를 차례로 도는 방식보다 어디에 머물며 그 주변에서 무엇을 즐길지를 먼저 정하는 여행이 자리를 잡은 셈이다. 관심 있는 여행 유형(복수 응답)으로는 자연 속 힐링 여행이 65.8%로 가장 많았고, 맛집·카페·지역 먹거리 여행이 60.7%로 뒤를 이었다. 전통시장·골목·로컬 문화 여행도 38.9%에 달했다. 맛집을 가장 먼저 고르는 사람은 11.7%였지만, 처음 결정하는 세 가지 요소 안에 먹거리를 넣은 비율은 56.4%로 모든 항목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가고 싶은 국내 여행지로는 제주(12.8%)와 부산(11.3%)이 1·2위였고 경주, 여수, 울릉도, 속초 등이 뒤를 이었다. ◆ 해외와 경쟁하는 국내여행… "가격만큼의 경험 줘야" 올해 1~8월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1981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해외여행 수요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여행지가 선택받으려면 지명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여행에서 느끼는 가격 대비 만족도, 숙박과 이동의 편의까지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지역 체류형 여행을 키우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지난 4월 시작된 '지역사랑 휴가지원' 사업은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을 찾은 여행객에게 여행경비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상반기 16개 지역으로 출발했고, 하반기에는 9곳이 새로 선정됐다. 다만 여행 시장 전체가 한꺼번에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좋은여행의 올해 1~9월 패키지 출발자 가운데 50대 이상이 71%를 차지하는 등 중장년 중심의 고객층은 여전히 견고하다. 업계에서는 테마형·소그룹 상품이 기존 고객층 위에 젊은 수요를 새로 끌어들이는 구조로 보고 있다. 이제 '어디로 보내주느냐'보다 '왜 이 상품이어야 하느냐'에 답해야 하는 시대"이며 가격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지불한 만큼 납득할 수 있는 경험을 주는 상품만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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