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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관광 성적표, '몇 명'보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이'로

박지은 기자2026.10.23약 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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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성적표, '몇 명'보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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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한객은 역대 최대인데 머무는 날은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가 가까워졌다. 그런데 관광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오히려 숫자에서 멀어지고 있다. 몇 명이 왔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무엇에 돈을 썼는지, 그 돈이 지역에 얼마나 남았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던 '머릿수 관광'이 체류의 질을 따지는 관광 경제로 옮겨 가는 흐름이다. ◆ 늘어난 관광객, 줄어든 체류일 요즘 관광 통계에는 엇갈린 신호가 함께 담겨 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2023년 1103만 명에서 지난해 1894만 명으로 71.7% 늘었다. 올해 1~8월에도 1505만 명이 찾아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체류일수는 7.8일에서 6.5일로 짧아졌다. 1인당 평균 숙박비는 17.8%, 음식점 지출은 16.9% 줄었고, 재방문율은 4년째 54~56%에 머물러 있다. 크루즈 관광은 그 차이가 더 크다. 크루즈 승객은 3년 사이 4.5배 늘었지만 1인당 지출은 10년 전보다 81% 감소했다. 부산 기항객이 육지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6.7시간에 그친다. 현장 안내가 부족하면 승객들이 항구 주변만 둘러보거나 곧바로 배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전북을 여가·휴식 목적으로 찾은 외국인의 평균 체류기간은 지난해 3.1일로 3년 연속 줄었다. 사업이나 교육 목적 방문객이 훨씬 오래 머무는 것과 대비된다. 전주 한옥마을처럼 이름난 곳만 둘러보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스쳐 가는 관광'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 같은 1000만 명이라도 남는 돈은 다르다 한국은행도 최근 같은 결론을 내놨다. 방한객 수가 같아도 평균 체류일수와 1인당 지출액에 따라 관광수출액이 달라진다는 분석이다. 관광수출액이 같더라도 관광객이 어디에 돈을 쓰는지, 해당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력이 어떤지에 따라 국내에 남는 부가가치도 달라진다. GDP 대비 관광수출 비중을 일본 수준으로 높이려면 관광수출액이 지난해보다 25.4% 늘어야 한다. 1인당 하루 지출만으로 이를 달성하려면 현재 177.8달러를 약 223달러로 끌어올려야 하고, 체류기간만으로 달성하려면 평균 6.5일을 8.2일로 늘려야 한다. 방한객 수와 지출, 체류를 함께 늘리면 각 변수를 조금씩만 움직여도 목표에 닿을 수 있다. 한은은 관광정책의 성과 기준을 방한객 수에서 실제 관광수출액과 국내 부가가치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면세점이 지고 의료·웰니스가 뜬다 올해 상반기 방한객 1인당 지출액은 1270.4달러로 2019년보다 3.7% 많았고, 전년보다는 12.4% 늘었다. 이 반등을 이끈 것은 의료관광이다. 상반기 외국인 의료 소비액은 약 1조1931억 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6.6배에 달했다. 반면 면세점 총매출은 2019년 대비 59.8% 줄었다. 단체관광객이 면세점에 몰리던 소비 모델이 저물고, 오래 머물며 깊이 소비하는 체류형·고관여 소비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고부가 소비가 특정 지역에 쏠려 있다는 한계도 있다. 일반 관광객보다 3.8배 많이 쓰는 의료관광객의 87.2%가 지난해 서울에 몰렸다. 서울, 부산, 경기, 제주, 인천을 제외한 12개 시도를 모두 합쳐도 2.7%에 불과했다. ◆ "하루 더 머물게 하라"… 정책도 체류에 초점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도 '오게 하는 것'에서 '머물게 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인구감소지역 여행 경비의 절반을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반값 여행'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2박 이상 머물면 최대 7만 원을 할인해 주는 연박 숙박할인권과 섬 숙박할인권도 새로 도입했다. 제주관광공사는 5일 이상 머문 관광객에게 지역화폐 5만 원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운영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상인회는 프로모션 이후 환전하는 지역화폐가 체감상 20~40% 늘었다고 전했다. 받은 금액보다 더 쓰는 추가 소비가 이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올해 1분기 외래관광객의 지역 체류 기간은 528만 일로 전년보다 36.2% 늘었다. 지역 내 지출액은 7억5000만 달러에서 8억8000만 달러로 1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방공항 입국 외래객은 49.7% 급증했고, 외국인의 지역 방문율도 34.5%로 3.2%포인트 올랐다. ◆ 체류의 질을 높이려면 콘텐츠와 안내부터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머무는 동안의 경험이 충분히 좋아야 한다. 야간관광, 지역 음식, 체험 프로그램, 숙박을 하나로 묶어 '하루 더 있을 이유'를 만들고, 외국어 안내와 교통 편의 같은 기본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실제로 올해 여름 전국 관광지 점검에서는 외국어 안내 부족 등 84건의 개선사항이 확인됐다. 크루즈 비자는 법무부, 터미널은 해양수산부, 외국인 환자는 보건복지부가 맡는 식이다. 정감사에서는 "3000만 명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며 체류일수와 재방문율을 관광 성과지표에 넣어야 한다. 이제 관광 경쟁력은 방문객을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보다 한 명의 여행자가 얼마나 오래, 만족스럽게 머물다 다시 찾아오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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