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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졸업장보다 할 줄 아는 것"… 채용 기준이 실무 능력으로

박정아 기자2026.10.30약 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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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보다 할 줄 아는 것"… 채용 기준이 실무 능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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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력 제한을 없애는 기업 늘어, 문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 채용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지원서 맨 위에 있던 학교 이름과 전공 대신, 지원자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스킬 중심 채용'이 국내외 기업으로 퍼지고 있다. AI가 직무 내용을 빠르게 바꾸면서 몇 년 전 받은 학위만으로는 지금의 업무 능력을 보여주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SK하이닉스, 신입 공고에서 '학사 이상' 지웠다 국내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SK하이닉스다. 이 회사는 올해 6월 신입사원 수시채용부터 지원 자격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조건을 없앴다. 앞으로는 학력이 아니라 경험과 직무역량, 조직 문화와의 적합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반도체처럼 전문성이 높은 산업의 대기업이 학력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채용 공고에 직무별로 필요한 스킬을 구체적으로 적어, 지원자가 자신의 역량과 맞는지 직접 판단하게 하는 곳이 늘었다. 인사 컨설팅 업계에서는 개인이 보유한 스킬에 따라 보상을 정하는 '스킬 기반 보상'도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다. ◆ 미국 기업 10곳 중 7곳 "스킬 보고 뽑는다" 미국대학고용주협회의 2026년 채용 전망 조사에서 스킬 기반 채용을 활용한다는 기업은 70%로, 1년 전 65%보다 늘었다. 학위 요건을 아예 없앴다는 기업의 비율이 30%에서 53%로 뛰었다는 조사도 있다. 신입 일자리 가운데 AI 활용 능력을 요구하는 비중은 3분의 1을 넘었는데, 지난해 가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2018년부터 2024년 중반까지의 영국 채용공고 약 1100만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AI 스킬을 갖춘 인력이 받는 임금 프리미엄은 23%로, 석사 학위(13%)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AI 직무 공고 중 학위를 요구하는 비율은 36%에서 31%로 줄었다. 미국에서는 최고인사책임자(CHRO)의 90%가 4년제 학위 밖에서 인재를 찾을 필요가 커졌다고 답했다. ◆ 학위 개편보다 빠른 기술 변화 변화의 배경에는 속도의 차이가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까지 노동자가 가진 스킬의 39%가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대학 교육과정은 보통 몇 년에 한 번 개편되지만, 현장에서 쓰는 AI 도구는 몇 달 단위로 기능과 가격, 사용 방식이 바뀐다. 졸업장이 '과거에 무엇을 배웠는지'를 보여준다면, 기업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평가 방식도 바뀌고 있다. 이력서 대신 실제 업무와 비슷한 과제를 주고 결과물을 보거나, 처음 접하는 도구를 주고 어떻게 익히고 문제를 푸는지를 관찰하는 식이다. 해외 업계에서는 "가장 똑똑한 사람보다 가장 빨리 배우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력서에 적힌 지식은 가장 빨리 낡는 정보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 자체가 채용 기준이 되고 있다. ◆ "학위 요건 없앴다"고 끝이 아니다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진이 9년간 1만1000여 건의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기업이 학위 요건을 없애도 실제로 학위 없는 사람의 채용 비중은 평균 3.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전체 채용 인원으로 따지면 700명 중 1명도 안 되는 수준이다. 공고에서는 학위 조건을 지웠지만, 면접과 최종 결정 단계에서는 여전히 학력을 중요하게 보는 관행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제대로 실행한 기업도 있었다. 학위 요건을 없앤 기업의 약 37%에서 대부분의 변화가 나왔고, 이들 기업에서는 학위 없는 직원의 비중이 20% 가까이 늘었다. 평가 기준과 면접 방식까지 함께 바꾼 기업만 실제 성과를 낸 것이다. 학위의 가치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같은 옥스퍼드대 분석에서 박사 학위의 임금 프리미엄은 33%로 가장 높았다. 4년제 학위를 가진 사람의 평균 생애 소득이 더 높다는 통계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이 변화를 '학위냐 스킬이냐'의 대결로 보지 않는다. 학위 하나에만 기대던 방식에서 벗어나, 학위 외에도 능력을 보여줄 여러 경로가 생겼다는 의미에 가깝다는 것이다. ◆ '증명할 수 있는 스킬'이 새 경쟁력 구직자의 준비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스스로 "할 줄 안다"고 적는 것만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인증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격, 직접 만든 결과물을 모은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경험처럼 검증할 수 있는 근거가 중요해지고 있다. 교육기관과 기업들도 교육 이수와 역량을 디지털 인증서로 발급해 채용과 승진에 활용하는 방안을 늘리고 있다. 채용의 질문이 '어느 학교를 나왔나'에서 '무엇을 해봤고 앞으로 얼마나 빨리 배울 수 있나'로 바뀌고 있다. 기업은 평가 체계를 정비하고, 개인은 배움을 한 번에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계속 이어가는 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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