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열릴지 모르는 채용문"… 신입 대신 '바로 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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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10곳 중 9곳이 수시채용, 비경력자의 취업 확률은 경력자의 절반
매년 3월과 9월에 맞춰 취업을 준비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대규모 정기 공채 대신 빈자리가 생길 때마다 필요한 인력을 뽑는 수시채용이 기본값이 됐다.
이제는 공고가 1년 내내 열렸다 닫히는 '상시 채용'으로 굳어가는 모양새다.
여기에 기업들이 직무 경험을 갖춘 사람을 먼저 찾으면서, 경력이 없는 사회 초년생이 들어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 공채만 하는 기업은 10곳 중 1곳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기업 500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 수시채용만 하는 기업은 54.8%였다.
정기 공채와 수시채용을 함께 하는 기업 35.0%까지 더하면 89.8%가 수시채용을 활용한다.
정기 공채만 하는 기업은 10.2%에 그쳤다.
응답 기업의 41.8%는 '수시·상시 채용의 일반화'를 올해의 주요 채용 트렌드로 꼽았다.
하반기 조사에서도 흐름은 같았다.
한 HR테크 기업이 국내 기업 600곳에 하반기 채용 방식을 물었더니(복수 응답) 수시채용이 69.3%로 가장 많았다.
정기 공채는 30.7%, 인턴은 17.3%였다.
중소기업은 86.6%, 중견기업은 50.0%가 수시채용을 주된 방식으로 택했다.
채용 규모도 작아졌다.
대기업 중 하반기에 세 자릿수 인원을 뽑겠다는 곳은 14.5%로 1년 전보다 6.4%포인트 줄었고, 두 자릿수 채용은 61.8%로 늘었다.
한꺼번에 많이 뽑던 방식에서, 필요한 만큼만 골라 뽑는 '실리형 채용'으로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다.
◆ 채용의 첫 번째 기준은 '해본 적 있는가'
뽑는 방식이 바뀌자 뽑는 기준도 달라졌다.
경총 조사에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직무 관련 업무 경험'(67.6%)이었다.
학력을 꼽은 기업은 5.8%에 불과했다.
직무 경험을 중시하는 비율은 2023년 58.4%에서 지난해 81.6%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다소 내려왔다.
직무 경험이 이미 당연한 조건이 되면서 다른 역량도 함께 보기 시작했다.
'직무 중심 채용 강화'를 트렌드로 꼽은 기업도 72.2%에 이르렀다.
이런 분위기에서 등장한 말이 '중고 신입'이다.
신입으로 지원하지만 이미 1~3년 정도 실무 경력이 있는 구직자를 가리킨다.
인사 담당자 6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3.5%가 올해 HR 분야의 가장 큰 이슈로 '더 강해진 중고 신입 선호'를 꼽았다.
기업이 집중적으로 뽑는 연차를 물은 조사에서도 4~7년 차가 49.7%로 가장 많았다. 1~3년 차(19.6%)도 순수 신입(12.4%)보다 많았다.
신입 공고에서도 사실상 경력을 요구하는 일이 흔해진 이유다.
◆ 신입의 취업 확률은 경력자의 절반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에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경력직 채용이 늘면서 경력이 없는 구직자가 상용직에 취업할 확률은 한 달에 1.4%로, 경력자(2.7%)의 절반 수준이었다.
20대의 상용직 고용률은 30대보다 17%포인트 낮았는데, 그중 7%포인트는 경력직 채용 확대 때문이다.
첫 취업이 늦어지면 평생 일하는 기간이 줄고, 생애 소득도 13%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문도 좁아졌다.
500대 기업 중 신규 채용 인원을 공개한 113곳의 채용 규모는 2023년 10만9456명에서 지난해 9만2680명으로 15.3%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고용에서 30세 이하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21.2%에서 18.3%로 낮아졌다.
지난 9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4.0%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떨어지며 29개월 연속 하락했다.
청년 취업자 수도 14만7000명 줄었다. 전체 취업자는 늘었지만 청년만 뒷걸음질 친 것이다.
◆ 대기업은 '공채 회귀' 조짐… 그러나 흐름은 그대로
변화가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에 '수시채용만' 한다는 기업은 14.5%로 1년 전보다 9.9%포인트 줄었다.
공채와 수시를 함께 하는 기업은 54.9%로 17.1%포인트 늘었다.
두 방식을 병행하는 기업에서 공채로 뽑는 인원의 비중도 62.7%로 높아졌다.
일부 대기업이 직무 역량뿐 아니라 조직에 얼마나 잘 맞는지까지 보려고 공채를 다시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주로 대기업 일부의 이야기다.
중견·중소기업까지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는 수시채용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대기업 공채에서도 직무 경험은 평가 요소로 남아 있다.
정기 공채가 다시 늘어도 '경험 있는 지원자가 유리한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본에서는 1270개 기업의 올해 채용 계획 중 경력직 비중이 50.3%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기업의 약 80%가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
미국에서도 신규 졸업자 채용 증가율이 1%대에 머물렀다.
I가 단순 업무를 대신하면서 신입이 처음 맡던 일이 줄어든 것도 경력 중심 채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 "첫 경력을 쌓을 기회부터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이제 구직자의 준비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고가 뜬 뒤에 준비를 시작하면 늦기 때문에, 관심 기업과 직무를 꾸준히 지켜보면서 언제든 지원할 수 있게 직무 경험과 포트폴리오를 미리 갖춰둬야 한다.
인턴, 계약직, 프로젝트 등 형태를 가리지 않고 실무 경험을 한 줄이라도 이력서에 남기는 것이 '비경력자' 꼬리표를 떼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모든 기업이 경력자만 찾는다면 첫 경력을 쌓을 곳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채용 전환형 인턴과 직무 체험 프로그램을 늘리고, 신입을 뽑아 키우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수시·상시 채용이 기업에는 효율적인 방식이지만, 경력 없는 청년이 시장에 들어설 입구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