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돈 벌 수 있으니 떠난다?"…여성의 경제력 변화와 이혼

박정아 기자2026.11.01약 3분 소요
공유하기
"돈 벌 수 있으니 떠난다?"…여성의 경제력 변화와 이혼
글자 크기
여성의 경제적 여유나 자립도가 달라질 때 이혼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는 분석이 사회과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제활동 참여가 늘면서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만 하는 조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돈이 생기면 이혼한다'는 식의 단순한 인과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버틸 이유"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건"으로 경력 단절 후 재취업에 성공한 50대 여성 A씨는 결혼 20년 차에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A씨는 "오랫동안 힘들었지만 생계가 막막해 참고 지냈다"며 "일을 다시 시작해 월급을 받게 되니 처음으로 다른 삶을 상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혼 지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다룬 선행 연구들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면서 가족 내 여성의 경제적 독립성이 커진 점을 이혼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꼽아 왔다. 여성가족패널 자료를 활용해 여성의 이혼 선택 요인을 생존분석으로 살펴본 연구도 나왔다. 이 연구들은 결혼 생활의 안정이 인생의 목표이던 시대에서, 독립된 삶을 하나의 선택지로 보는 여성이 늘어난 변화를 배경으로 짚는다. '불행한 결혼의 출구'가 열린 효과 학계에서는 이를 '독립 효과'라는 틀로 설명하곤 한다. 불행한 결혼을 유지하게 만들던 경제적 의존이 줄면 이혼의 문턱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혼으로 생활이 흔들릴 위험이 줄어들수록, 갈등이나 불만이 쌓인 부부가 관계를 끝낼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이혼 이후'에 대한 계산도 작용한다. 한국의 이혼 여성은 대체로 자녀 양육을 맡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기반 없이 이혼을 결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소득과 일자리가 확보되면 이 부담이 줄어 선택 폭이 넓어진다. 그러나 '돈이 많으면 이혼한다'는 결론은 아니다 경제력과 이혼의 관계는 연구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여성의 소득이 오히려 가계를 안정시켜 결혼 만족도를 높인다는 연구도 있고, 부부 간 소득 격차나 역할 분담에 대한 인식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는 분석도 있다. 소득이 늘어난 시점이 관계 악화의 원인인지, 이미 악화된 관계가 소득 활동의 계기가 된 것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이혼은 여성에게 경제적 위험이 큰 선택이기도 하다. 한국의 여성가족패널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이혼 이후 여성의 가구소득 변화를 살펴보며, 가족 해체 뒤 여성이 직면하는 경제적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혼 이후 한부모로서 자립하는 과정에서 겪는 정서적 어려움과 사회·경제적 스트레스를 다룬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필요한 건 '선택 이후'를 받치는 안전망 한 가족학 연구자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은 이혼을 부추기는 요인이기에 앞서, 선택의 자유가 넓어졌다는 신호"라며 "중요한 건 이혼을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든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돕는 사회적 장치"라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양육비 이행 확보, 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 지원, 한부모 가정 돌봄 서비스 등 이혼 전후를 아우르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경제적 자립이 '버티는 결혼'과 '떠나는 결혼' 사이의 문턱을 바꾸고 있는 지금, 그 선택이 누구에게도 벼랑이 되지 않게 하는 일이 과제로 남는다.
공유하기

사회 분야 기사

아신위크 뉴스레터 구독하기

주요 소식을 이메일로 가장 먼저 받아보세요.

무료로 구독 신청